2012/09/04 02:34

파격이 몰고 온 미성숙


 


'바
니타스'라는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 사조가 있다. 예쁜 사과, 예쁜 화분 일색인 그저 아름답기만 한 정물화 세계에서 '파리 꼬인 해골', '썩어 문드러진 과일' 등 사회 통념상 추악하다 여겨진 것을 화폭에 담은 것이 바니타스의 특징이다. 너나 할 것 없이 해골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는 21세기의 사고방식으로, 17세기 바니타스가 당시 미술계에 불러 일으킨 파격과 충격에 대한 논의를 이해한 다는 건 쉽지 않은 부분이다. 

 힙합을 통해 바라 본 음악계에서 제이통의 '찌찌뽕' 뮤직비디오는 화제의 중심이다. 하나의 이슈에 시대를 아우른 화풍을 비교급으로 둔 다는 것이 어딘가 거창한 느낌은 있지만. 바니타스가 몰고 온 '무엇이 아름다운 것?' 이고 '무엇이 추한 것 인가?' 에 대한 고민은 찌찌뽕 뮤비가 몰고 온 이슈에도 적용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의 뮤직비디오가 충격적인 것은 맞다. 물론 제이통 그도 이런 반응을 원했을 것이다. 당연히 사람에 따라 불쾌 할 수 있다. 따라서 호평도 악평도 자유다. 하지만 논쟁 앞에서 언제나 그래 왔지만(특히나 언더나 인디가 앞에 붙는 문화) 이번 논쟁에서 음악가와 감상자 사이의 옳고 그름의 설전은 눈쌀이 찌푸려진다. 음악가들은 '어린 아이돌 가수가 다 벗는 것과 마찬가지인 복장으로 춤 추는 것 보단 낫다.', 'D'angelo의 Untitled 뮤비를 예로 들며 남성의 노출에 환호하고 여성의 노출에 쓴 웃음 짓는 여성들의 이중성을 비판했다. 그에 반해 혹평의 무리는 각자 언어는 달랐으나, 표현의 선을 넘었다. 보고 거북했다.는 의견의 양상이었다. 두 의견 모두 논지에 있어 잘못 돼 보이는 것은 없으나, 두 부류의 공통점은 설득력이 없다.
  
 예술에 있어, 뜻이 우선 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예술가로서의 고집은 '언제나', ' 반드시'  필요한 것 이며, 고집은 주로 예술'관(觀)' 의 주(主) 가 된다. 바니타스 화가들은 정물화에서 해골이나 파리 꼬인 레몬 등 추한 사물에 그들의 생각을 투영해 하나의 '관'으로써 대중에게 세계관을 피력했다 . 설득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전의 경향과 상반 되더라도 자신의 작품이 세상에 이야기 하고 싶은 바가 '분명'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이통은 스스로 불러일으킨 커다란 소동 속에서도 초지일관, 묵언으로 오히려 자신의 의지를 더욱 강하게 어필했다. 추측컨데 찌찌뽕에 대한 제이통의 '관'은 바니타스 처럼 복잡해 보이지 않는다 . 
 
가 원한 것은 소동 그 자체이며. 그 소동은 성적 취향에 대해 쉬쉬 하는 한국 사회의 약점을 찌르는 교란 혹은 장난끼 정도로 생각한다. 문제는 제이통에게 있지 않다. 다수 제이통 동료 음악가의 정돈 되지 못한 사고로 외치는 '쿨'함과, 음악은 반드시 어떤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감상자의 천편일률적 잣대 속에서 다수의 감상자는 자신의 예술적 감도를 의심하게 된다. 나는 시류에 편승 못하는 '꼰대'인가? 라는 혼란 말이다. 

 음악의 가치는 무엇이고, 힙합의 가치는 무엇인가? 음악으로 해도 되는 일은 무엇이고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또한 과연 그런 것은 실제로 있는가? 있다면 '누가 판단' 하는가.

 어떤 파격적 결과물이 예술적 평가를 받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예술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앞서 예로 든 '바니타스' 와 같이 화풍이라 불릴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작품에겐 필요한 것이며 작가에겐 작품을 내놓음으로써 마주하게 될 비평과 비난을 책임져야 한다. 음악 뿐 아니라 낯선 주제의 작품에 대한 논쟁은 매번 존재한다. 다만 이번 논쟁은 지극히 소모적인 논쟁으로 시작 돼 타협점 없이 소모적으로 맺었다는데 문제가 있다. 영등위의 영상물사전심의제도 때문에 가뜩이나 좁은 장르음악 시장이 위기다. 성숙되지 않은 음악가의 설득과 감상이 아닌 감정적인 비판 위주의 감상자의 태도는, 위기의 시기에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있다. 문화를 전파하는 공급자도, 받아 들이는 감상자도 주관적 감상 태도를 유지하되 다를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잊어선 안 되겠다.

 사족이다만 지난 EP에서 실제로 똥을 누며 포문?을 연 제이통이 뭔들 못 하겠는가.


덧글

  • 2012/09/04 22:5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9/05 22:04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라진호 2013/03/05 02:32 # 삭제 답글

    과거에 제이통 찌찌뽕이 예술이라면서 옹호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지금은 해당 글은 삭제했지만서도..

    이 글 보고 저 나름대로 깨달음을 얻고 갑니다. 전체를 다 아울러 보시는 혜안이 멋지시네요.
  • the blazer 2013/03/06 00:13 #

    크게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진호님이 어떤 글을 작성 하셨는지 제가 살펴 볼 수 있으면 더 좋았을텐데요. 종종 블로그 방문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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